1부 | 김회민 대표
(텀블벅 페이스메이커에 기고된 글입니다.)
‘인디’라는 말에는 사람을 이끄는 반골의 매력이 있다. 독립, 그중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뜻하는 마법의 단어. 돈이 제일의 가치가 아니라는 해방의 선언. 금전적 성공보다는 자아실현이나 명예가 더 중요하다는 숭고한 표현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인디’를 멋있다고 느꼈다. 힘든 날 위로를 안겨준 홍대 인디씬의 수많은 밴드들과 태평양을 건너 모니터 너머로 날아와 수능 전날까지 밤잠을 설치게 한 프리버드 게임즈(Freebird Games)의 ‘투 더 문’까지. 언젠가 그들처럼 되리라 다짐했다.
기회는 2017년 말 찾아왔다. 내 인생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생겼고, 우리만의 '인디'를 시작하기 위해 팀을 만들었다. 아무도 만든 적 없는, 긍정적인 가치를 담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한국사 전문 게임 스튜디오, ‘코스닷츠’가 탄생했다.
코스닷츠 사무실 풍경
코스닷츠는 2018년과 2019년, 제주 4.3을 다룬 모바일 게임 <언폴디드> 시리즈를 출시했다. 출시 직후 소소하게 수상도 하고, 매체 인터뷰도 하며 그럭저럭 잘 나갔다. 하지만 점차 ‘지속 가능성’의 문제가 드러났다. 유일한 수익 모델인 인 게임 내 팝업 광고는 한 달간 10달러도 벌지 못했다. 의도는 숭고했을지 몰라도 수익은 거의 없는 셈이었다. 다른 생업이 없는 상황에서 돈 문제는 크게 다가왔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스케일을 키워 신작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한국사 게임’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이라 믿었다. 아이돌이나 드라마도 세계로 진출하는데, 한국사 게임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랴. 필요한 것은 자본이었다. 그래서 과감히 플랫폼을 모바일에서 PC로 바꾸고, 각종 지원 사업에 도전했다. 보증 기금 대출을 받았고, 직원들도 고용했다. 21년 3월, 세 번째 <언폴디드> 시리즈 <동백이야기>를 시장에 출시했다. 야심 찬 시도였다. 하지만 제작비의 1/10도 벌지 못했다. 이어진 실패. 가장 큰 원인은 무관심이었다. 5개 국어로 번역해 출시했지만, 세계의 게이머들은 한국의 아픈 근현대사에 관심이 없었다. 잠깐은 사람들이 원망스러웠지만, 그들을 탓할 수도 없었다. 공권력에 의한 양민 학살이 즐거운 소재도 아닌 데다가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놓친 것이기에. 사무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자아실현을 위해 어쭙잖게 덤비다 빈털터리가 된 바보로 남고 싶진 않았다. <동백이야기> 출시 다음 날 신작 기획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익성을 고려했다.
우리는 신작으로 돈을 벌어야만 한다. 그런데 돈 되는 게임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열심히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사랑해 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선 실패로 확인했다. 의사 결정을 위한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했다. 인디는 늘 자원이 부족하다. 시간도 인력도 모자라다. 그러다 보니 트렌드를 분석하기도, 수익성을 분석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에는 수많은 인디 게임 프로젝트가 올라오고 대중들의 선호를 얻은 게임은 목표치를 훌쩍 넘기도,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그러니 텀블벅은 게임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는 척도가 될 거다. 신작의 방향성이 정해졌다. 한국사 게임이라는 정체성은 살리면서 펀딩에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을 기획하기로 했다.
다음 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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